법령상 사업주인 관리업체에 설치 의무 있지만
설치비용까지 부담 지우는 것은 무리 있어
현실적으로 공간·비용 마련에 아파트 협조 필요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올해부터 휴게시설 의무 설치 대상임에도 휴게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사업장에 대한 단속이 본격적으로 시작돼
아파트에 근로자 휴게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은 경우 관리·경비 등 용역업체가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법령상 자치관리가 아닌 위탁관리 아파트의 경우 근로자가 소속된 사업주에 휴게시설 설치 의무가 부여돼 각 사업장인 아파트가
업체 소유가 아님에도 휴게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령 개정에 따라 사업주로 하여금 2022년 8월 18일부터 상시근로자 50인 이상인 사업장에
일정 기준을 갖춘 근로자 휴게시설을 설치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하고,
2023년 8월 18일부터는 상시근로자가 20명 이상이거나 경비원, 청소원 등 상시근로자가 2명 이상이고
총 상시근로자가 10명 이상 20명 미만인 사업장까지 과태료 부과 대상을 확대했다.
고용노동부는 상시근로자 수 산정을 위한 사업장 단위와 관련해 사업장이 장소적으로 분산된 경우에는
인사·회계·조직운영·업무처리능력 등을 감안할 때 하나의 사업장이라고 할 정도의 독립성이 없는 경우에는
직근 상위조직과 하나의 사업장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다시 말해 근로조건의 결정, 인사·노무관리가 각각의 사업장마다 독립적으로 운영돼 본사와 지사 등이 경영상 일체성이 없다면
개별 사업장을 독립된 사업장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주택관리업자의 경우 인사·노무관리·회계 등 조직운영이 각 아파트 단위에서 독자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닌 경우
단순히 근로자들의 근로제공 장소가 분산돼 있을 뿐인 것으로 판단해,
각 사업장에 근로하는 근로자 수가 아닌 주택관리업자에 소속된 전체 근로자 수를 산정해야 한다는 해석이다.
또 이 경우 장소별로 근로자가 이용하기 편한 곳에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각각의 사업장별로 휴게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볼 때 각 아파트는 주택관리업자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주택관리업자 마음대로 근로자 휴게시설을 설치할 수는 없다.
또 주택관리업자는 입주자대표회의와의 위·수탁관리계약에 따라 2~3년 정도의 계약기간 동안만 아파트를 관리하기 때문에
회사 비용으로 아파트에 휴게시설을 설치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깝다.
이러한 사정을 입주민이나 동대표들도 모르지 않기에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가 시행된 후
대부분 아파트에서는 아파트 측에서 기준에 맞는 휴게시설을 설치할 공간과 비용을 마련해왔다.
그러나 법령을 문구대로만 해석해 근로자들의 사업주인 주택관리업자가 휴게시설 설치 의무가 있으니 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며
아파트 주인도 아닌 주택관리업자에 책임을 떠넘기는 곳도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의무이행 주체는 관리업체지만
비용은 아파트 부담이 상식”
서울시 내 A아파트도 최근 관리직원, 경비원 등의 휴게시설을 법령 기준에 맞게 개선하기 위해 사업을 추진했지만
결국 비용과 공간 마련 문제에 부딪히면서 입주자대표회의가 나몰라라 하는 상황이 불거졌다.
때마침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직원들이 산업안전보건 지도 목적이라며 아파트를 방문했다가 시설관리직원 휴게실이 미비하다며
20일 이내에 개선하라고 시정지시를 내리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과태료 대상이라고 안내했다.
노동청 직원들은 아파트 내 사정을 설명하며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리소장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입대의는 사업주인 주택관리업자가 과태료 대상이니 입대의와는 상관 없으며
관리소장과 주택관리업자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의 입장을 보였다.
이 아파트 관리소장 B씨는 “공동주택의 경우 주인인 입주자는 따로 있고 위탁을 받은 위탁관리업체가
입주자대표회의와 계약을 통해 1년, 2년, 3년 등 짧은 기간 매우 적은 금액의 수수료만 받으며 관리하고
재계약을 못하는 경우 나오게 돼 있는데,
이런 위탁관리업자에게 사업주라고 해 휴게실 설치 의무를 부여한다는 것은
공동주택 관리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결국 법령의 미비”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주택관리사협회 등에 현실과 동떨어진 법령 개선 등을 위한 협회 차원의 대응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 관리업계 관계자는 “공동주택관리법 등에서 공동주택 관리를 위한 관리주체의 의무를 정하고 있지만
그 의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필요한 비용은 당연히 아파트 돈으로 하는 것처럼 상식적으로 휴게시설 의무이행자가 관리주체라 해도
비용은 아파트에서 부담하는 것이 맞다”며 “그러나 일부 입대의가 법령을 잘못 확대해석해 설치 비용도
관리주체에 내라고 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위·수탁관리계약에서 휴게시설 제공 및 비용 부담 등에 대한 부분을
명확히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입주민 위해 일하는 근로자들,
아파트가 휴게시설 지원해야"
고용노동부 직업건강증진팀 나상영 사무관은 주택관리업자의 위탁관리 사업장을 독립성이 있다고 볼 수 없는지에 대해
“사례에 따라 다른 면이 있을 수 있어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는 본사에서 사업장을 관리하는 이유 등으로
독립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 사무관은 “주택관리업자가 아파트에 휴게시설을 설치하려 해도 장소에 대한 지배 권한은 없으므로
아파트에서 장소를 제공해야 설치가 가능할 것”이라며 “입대의가 법상으로 사업주가 될 수는 없어
근로자 휴게시설 설치 의무를 입대의에 부여할 수는 없지만 현실적으로 입주민, 입대의의 동의와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므로
관리주체와 입대의가 협조관계를 잘 이뤄 휴게시설 설치를 할 필요가 있고,
비용 등도 강제할 수는 없지만 입주민과 단지 관리를 위해 일하는 근로자들을 위해 아파트에서 지원해주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리주체는 입대의에 단순한 협조 요청만 할 것이 아니라 입주민 투표를 추진하는 등 최대한의 노력을 해야 하고
그럼에도 입주민들이 설치를 거부할 경우에는 이를 근거로 책임을 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과태료 부과 시에는 이러한 부분들을 면밀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출처 : 아파트관리신문(http://www.ap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