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삶]

임경수 / 성결대학교 명예교수
임경수 / 성결대학교 명예교수

스마트 홈이 우리의 생활 방식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인공지능(AI)은 이러한 변화를 이끄는 핵심 기술로 집안의 여러 기기들을 자동으로 제어하고, 사용자의 취향에 맞춰 조정한다. 

예를 들어 AI는 사용자의 일정을 인식하고, 온도, 조명, 보안 시스템 등을 자동으로 최적화하여 에너지 효율성을 높인다. 스마트 스피커 같은 장치는 음성 명령을 통해 기기들을 제어하며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더욱 똑똑한 환경을 만든다. 또 가전제품의 고장이나 이상 징후를 조기에 감지하고, 이를 사용자에게 알려 유지보수를 손쉽게 해준다. 이러한 기능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정교해지고, 인간의 개입 없이 집 안의 모든 기능이 원활히 작동하도록 돕는다.

스마트 홈의 발전은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 문제를 동반한다. AI 시스템이 집안의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만큼, 이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기술이 중요하다. 스마트 홈 시스템이 해킹에 취약할 경우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철저한 보안 관리가 필요하다. AI와 스마트 홈의 결합에 따르는 책임 또한 커지기 때문에 기술발전에 따른 윤리적, 사회적 문제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계속 이뤄져야 한다. 

첫째, 프라이버시 보호와 정보 보안의 문제다. 

집안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효율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홈 기기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서는 개별가구가 암호화돼 있어 개인별 프라이버시가 잘 보호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의외로 해킹에 취약할 수도 있다. 주민들의 개인정보와 사용 패턴이 외부로 유출될 위험이 있으니 이를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 보안 강화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암호화된 기술이나 단계별 인증시스템의 도입, 각 기기의 데이터 저장 방식, 데이터 소유권과 관련된 법적 규정이나 개인정보 처리 방침에 대한 정보를 입주민들에게 상세히 안내할 필요가 있다.

둘째, 공동체 내 갈등 관리 문제다. 

스마트홈 기술 사용은 개인의 편리함을 증대시키는 반면, 다른 주민들과의 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 스마트 기기가 에너지를 지나치게 소비하거나 소음을 발생시키는 경우 다른 입주민들의 불만이 생길 수 있다. 이에 대비해 아파트 내에 스마트홈 기기 사용에 관한 기본적인 내규를 만들어 둘 필요가 있다. 스마트 기기의 오남용을 규제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도 필요하다. 주민 간에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공정하게 해결할 수 있는 조직(또는 중재자)이나 절차 같은 갈등 중재 시스템도 필요할 수 있다.

셋째, 입주민 간 기술 불평등의 문제다. 

스마트홈 기술은 모든 주민에게 동일한 편리함을 제공하지 못할 수 있다. 고령자나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스마트홈 시스템을 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아파트 내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모든 주민이 스마트홈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고령자나 미숙련자 등을 위한 맞춤형 교육이나 공공부문, 즉 주민센터와의 협업이 필요할 수도 있다.

넷째, 에너지 효율성 및 환경의 문제다. 

스마트홈 시스템은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지만, 잘못 사용되면 오히려 에너지 소비가 과도해질 수 있다. 에너지 비용 분담과 관련된 갈등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각 가구의 에너지 사용을 모니터링하고, 효율적인 에너지 소비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공동체 기반의 에너지 공유 모델을 제시해 에너지 비용을 균등하게 분배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사용을 확산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법적, 윤리적 기준의 필요성이다. 

스마트홈 기술이 도입되면서 아파트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문제들에 대한 법적 기준이 필요하다. 스마트홈 기기를 통해 다른 주민의 행동을 감시하거나 불쾌감을 주는 행위가 나온다면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법적 규제를 통해 스마트홈 기술의 사용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부적절한 사용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윤리적 교육과 사회적 합의가 요구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