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벽 마감재 탈락 인한 차량 파손 등 피해 많아
드라이비트 마감재 부실시공 등 문제도 있어
![강풍에 외벽이 떨어져나간 부산의 한 아파트. [사진=부산소방재난본부]](https://cdn.aptn.co.kr/news/photo/202504/109014_41863_5043.jpg)
[아파트관리신문=서지영 기자]
차가운 바람이 세차게 부는 겨울을 지나 따뜻한 봄이 됐음에도 강풍이 잦아 이로 인한 피해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올 봄은 경상권에서 일어난 산불이 강풍으로 더 확산되고 진압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있었다.
지난달 25일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 송대리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풍을 타고 산 아래 위치한 한 아파트까지 위협해
한때 입주민 전체가 불안에 떨기도 했다.
우리나라 봄철 강풍은 북극에서 내려온 차가운 저기압이 물러나고 따뜻한 고기압이 올라오면서 형성되는 남고북저형 기압이 원인이다.
저기압과 고기압 사이 간격이 좁아지고 기압차가 커지면서 그 사이를 지나는 바람의 강도도 세지는 것이다.
강풍으로 인한 아파트 등 건축물의 대표적 피해는 시설물 낙하가 있다.
특히 유리창이나 외벽 마감재가 떨어져 단지 내 주차된 차량이 파손되는 피해가 종종 발생한다.
지난달 16일 전북 군산시 동흥남동에서는 새마을회관 외벽 마감재가 강풍에 떨어지면서
이 건물 옆에 주차된 승용차 1대가 파손됐다.
같은달 2~4일 강풍주의보가 발령된 부산에서도 아파트 외벽 일부가 높은 위치에서 떨어지는 아찔한 상황이 일어났다.
아파트 구조물 등 낙하사고의 경우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주체가 시설물 유지관리 책임과 입주자등
안전을 위한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면 차량 파손 등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5월 부산지방법원(재판장 장용기 판사)은 태풍으로 인해 부러진 나뭇가지와 공용시설물에서
탈락된 파편 등이 강풍에 날려 아파트 지상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입주민 소유 차량 2대를 손상시킨 사건에 대해
입주자대표회의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관리회사는 입대의 지시나 사전 동의를 받아 아파트의 공용부분을 관리할 뿐 독자적인 의사결정권을 가지고
있지 않고 아파트의 각종 시설을 관리할 권한 및 책임의 최종적인 귀속주체는 공용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입대의”라고
강조했다.
부산지법 제2민사부(재판장 최윤성 판사)는 2023년 5월 태풍으로 아파트 외벽 드라이비트가 떨어져 차량이 파손된
입주민이 아파트 관리회사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관리회사는 태풍으로
아파트 외벽이 파손되며 발생하는 부가적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의무가 있다”는 이유 등으로
관리회사의 일부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위 판결들에서 재판부는 입대의와 관리주체의 책임을 제한하는 데 있어 입주민들에 태풍으로 인한 낙하물 피해
위험 등을 알리고 차량 이동 등을 안내했는지 여부를 살폈기에 이 점을 새겨둘 필요가 있다.
시설물 낙하에 대해 시공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초고층 건물이 밀집한 해안가에 위치해 빌딩풍 등 강풍이 자주 부는 부산 해운대구의 한 집합건물 관리소장은
“외벽을 온통 유리로만 된 커튼월 방식으로 해놓아 강풍이 불 때 유리창이 깨지거나 일부가 떨어지는 일이 발생하고는
하지만 입주민들에 주의를 안내하는 것 외 관리상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
시공 시 강풍 피해에 대비해 유리 강도를 더 강화하는 등의 고려가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건축 전문가들은 외벽에 부착되는 마감재 중 하나인 드라이비트에 대해서도 주의를 요구한다.
홍주환 수퍼크랙실방수연구소장은 “드라이비트를 완벽히 접착시키지 않아 강풍에 떨어지는 일들이 발생한다”며
“적절한 공사비용 지급 등을 통한 부실시공 방지와 함께
국토교통부의 ‘강풍에 의한 건축물 외장재 탈락방지 가이드라인’ 등의 기준에 맞춘 시공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축기사 출신인 부산 해운대구 우신골든스위트의 서상원 관리소장은
“최근 지어지는 아파트에는 드라이비트 시공을 잘 하지 않지만 오래전 지어진 아파트나 층수가 적은 일반 건물은
드라이비트가 다른 마감재에 비해 가격이 싸고 시공이 쉬워 마감재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가벼워서 떨어져 날아가기 쉽고 불에 취약하기 때문에 대리석이나 페인트 등 다른 마감재를 쓰는 것이 좋고
보수 시 전체를 다 뜯어내고 새롭게 마감할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